[사설]감독기관 자격 없는 ‘非理 금융감독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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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어제 금융감독원 고위직 간부들이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금융위원장 및 금감원장에게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2016년 5급 직원 채용 당시 총무국장 A 씨는 지인의 자녀가 필기전형 점수가 모자라자 필기 합격 정원을 늘려 구제한 뒤 면접관으로 참여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수법으로 최종 합격시켰다. 2014년 부원장 B 씨는 변호사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바꿔 전직 국회의원 아들 임모 씨를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평균 연봉 1억 원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감원에서 채용 비리가 만연했다니 취업준비생들을 농락하는 일이다.

금감원은 증권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계 검찰’이다. 최근 5년간 기업정보 업무를 담당한 직원 161명 가운데 44명이 타인 명의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거나 비상장주식을 신고하지 않는 등 내부 규정을 어긴 사실도 밝혀졌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장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놓고 7244회에 걸쳐 735억 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한 직원까지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관리직 비율 9%, 평균 팀원 15명의 기준을 외면한 방만한 조직 운영도 심각하다. 직원 절반이 고위직인 1∼3급이고, 평균 팀원 3.9명인 팀 292개를 만들었다.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면서도 미국, 홍콩 등 8개 국외사무소를 뒀다. 이를 포함해 감사원은 지난 3년간 채용비리, 방만경영, 주식 차명거래 등 52건의 위법부당 행위를 적발했다.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을 텐데 감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니 금감원은 염치가 있는 기관인가. ‘금피아(금감원+마피아)’ 때문에 적폐가 시정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제 식구 챙기느라 할 일 못 하는 금감원이라면 감독기관의 자격이 없다.
#감사원#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 채용비리#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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