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장 곳곳서 부적합성 드러낸 ‘비정규직 제로’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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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5만여 명의 비정규직 8개 직종 중 1000명가량의 유치원 2개 직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교육부문에서는 정규직화를 원하는 기간제 교사와 그로 인한 임용절벽 사태를 우려한 교사 지망생 사이에 노노(勞勞) 갈등만 초래하고 끝나는 셈이다.

교육공무원법 등은 교사 자격을 임용고시 합격자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심의위는 임용고시를 치르지 않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관련 법령과 충돌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공약이라도 꼼꼼히 재검토를 한 뒤 시행해야 하는데 취임 후 4일 만에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서울대에서는 고령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오히려 정규직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만 60세를 넘긴 고령 근로자다. 이들은 정규직이 될 경우 학교에 직접 고용돼 60세 정년 적용을 받고 나가야 할 처지다.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무기계약직 전원을 연내 정규직화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 움직임이 보인다. 매년 공채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된다면 누가 굳이 공채를 거쳐 정규직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혼란은 직장의 사정이 다 다르고 직장 내에서도 자리마다 사정이 다른 사실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일괄적인 정규직화를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포함한 공공기관 852곳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잔뜩 기대만 불어넣고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직장별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이분법적 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제외#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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