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수학포기자)’를 대거 만들어온 수학이 ‘즐기는 수학’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수학을 문제 풀이보다 서술·논술형 평가, 관찰 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로 확대하고, 수학 시험의 난도도 낮추는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2013년에 나온 ‘2012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학업성취도는 전체 65개국 중 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위였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51위, 흥미도는 58위로 바닥이다. 수학이 싫은데도 억지로 공부해 점수는 잘 나온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12년부터 작년까지 스토리텔링 및 타 교과와의 통합을 강조한 제1차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시행했다. 정부는 어제 “1차 방안이 학교 수학교육의 내실화와 수학 대중화에 기여했지만 입시 위주의 학업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이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교육 과정만 바꾼다고 학생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 방식이 도입되면 수학 수업은 문제 풀이보다는 체험과 탐구 위주로 바뀌고 교사는 수학 시험의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평가하게 된다. 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들의 학습 과정, 성취도, 태도를 관찰해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아이들을 문제 풀이와 선행학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의 주관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 현재 교사의 역량과 자질로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앞으로의 일자리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서밖에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수학의 중요성은 커지면 커지지 결코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제대로 잘 가르쳐 ‘수포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책무다. “수학에 대한 쉬운 접근법이 수학 기피 현상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던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 회장의 말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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