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선미]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입력 2015-01-13 03:00수정 2015-01-1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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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까르띠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예물 시계? 보석 반지? 브랜드 아이콘인 표범? 빨간색 포장 박스?

내 경우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다. 168년 전통의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와 비즈니스에 취약한 ‘여성 창업’의 조합이라 첫인상부터 신선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올해로 9년째다. 까르띠에가 국제여성포럼, 매킨지&컴퍼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여성 창업가를 발굴한다. 6개 대륙별 예선에서 세 명씩 결선 진출자 18명을 뽑고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결선에서 6명의 최종 수상자를 낸다. 사업의 창조성, 지속 가능성, 사회적 파급효과를 평가한다. 일종의 국제 사업계획 대회다.

까르띠에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어워드 동영상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꿈을 가진 여성들의 축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자리를 빛냈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수상자들은 까르띠에가 제작한 트로피, 2만 달러(약 2000만 원)와 함께 1년간의 경영 코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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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아첸요 이다차바 씨는 나이지리아의 어획량을 감소시키는 수생식물을 엮어 바구니를 만드는 사업으로, 디아나 주 씨는 인도의 저소득 농촌 주민들을 위한 기술상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사업으로 최종 수상자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아시아 결선 진출자였던 강원 원주 ㈜발효초콜릿황후의 장지은 대표(36)는 “최종 수상은 못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전문대를 나와 2010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회사를 차린 후 ‘내가 과연 옳게 가나’ 두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와인과 치즈 등 ‘발효의 대가’인 프랑스인들이 그의 발효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자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까르띠에의 경영 수업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 내용이었다. 외국 참가자들과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며 넓힌 견문, 어워드 인맥과 미디어 노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

국내 기업의 1년 생존율은 59.8%, 5년 생존율은 30.9%(2012년 기준)다. 창업 회사 10곳 중 4곳은 1년 내에 망한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한 소상공인이 내게 “창업은 전생의 죄인이 하는 일”이라고 푸념했을까. 여성 창업은 더 고되다. 여성 창업을 좋지 않게 보는 사회적 편견도 있고 여성 스스로가 경제와 기술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2013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 수상자인 리어노라 오브라이언 씨(약의 부작용을 알리는 앱 제작)는 말했다. “여성들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를 뒷받침해 기술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올해 이 어워드는 2월 27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cartierwomensinitiative.com)에서 지원할 수 있다. 창업한 지 1∼3년 된 여성이라면 누구나. 당신이 첫 한국인 아시아 수상자가 될 수도 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럭셔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럭셔리의 본질이 무엇인가. ‘품격을 갖춘 여왕(또는 왕)이 되려는 꿈’ 아닐까. 까르띠에는 여왕의 배려와 책임, 더 나아가 충성스러운 신규 고객의 창출을 여성 창업에서 찾았다. 6개 대륙이라는 ‘큰 물’에서 아이디어와 감성을 공유하는 세계적 네트워크의 창업 축제를 만들었다.

까르띠에가 하는 걸 한국 기업들이 못 할 바 아니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글로벌 홍보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와 인도 여성들도 열광하는 ‘삼성전자 여성 창업 어워드’ ‘현대자동차 여성 창업 어워드’ ‘아모레퍼시픽 여성 창업 어워드’를 기대해본다.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
#까르띠에#여성 창업 어워드#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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