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영 홈쇼핑’ 잘못되면 허가 내준 미래부 장관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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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기어코 국민 세금으로 장사하는 TV홈쇼핑 채널을 시작할 모양이다. 어제 미래부는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산물 유통 전문 공영 TV홈쇼핑 채널 사업자를 내년 1월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출자 기관은 공공기관이나, 공익 목적을 위해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인으로 제한하고 수수료율도 기존 TV홈쇼핑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롯데 CJ 현대 등 기존의 6개 TV홈쇼핑이 중소 입점기업에 대한 ‘갑(甲)의 횡포’로 물의를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이들 홈쇼핑의 ‘갑질’을 바로잡고 중소기업과 농축산물 판로를 확대하는 강도 높은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공영 TV홈쇼핑 신설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1년 출범한 NS홈쇼핑은 농축수산물, 2011년 문을 연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설립 취지로 내걸었으나 이내 민영 홈쇼핑과 별 차이 없게 된 실패사례가 있다.

새로 허가하는 홈쇼핑이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는 또 하나의 민영 홈쇼핑이 돼도 문제지만 공영 홈쇼핑은 향후 개혁 대상이 될 공기업 하나 더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뚜렷한 대주주 없이 정부가 좌지우지하면서 퇴직 관료나 정치권 인사의 ‘자리 챙기기’를 위한 곳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과 효율을 모르고 방만 경영으로 치닫기 쉬운 공기업의 특성대로 ‘공기업 홈쇼핑’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존의 공기업들도 가능하면 민영화해야 할 판에 다수 여론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홈쇼핑까지 공기업을 만드는 발상은 ‘정상의 비정상화’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사실상의 관영 홈쇼핑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홈쇼핑의 갑질을 단속하고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업체는 아예 승인을 취소하는 등 철저한 제재도 하지 않고 정부가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제7 홈쇼핑을 출범시키겠다면 농축수산물 및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 TV홈쇼핑 산업 혁신이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만일 새 채널이 관(官)피아, 정(政)피아의 소굴로 전락하거나 민영 홈쇼핑과 다를 바 없이 변질될 경우, 제7 홈쇼핑을 밀어붙인 현 미래부 최양희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공영 홈쇼핑#홈쇼핑#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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