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선까지 담합한 호남고속철, 안전 믿을 수 있나

  • 동아일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호남고속철도 전력선에 중국산 저가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납품하거나 성능검사 성적서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담합한 전선회사 8곳을 적발했다. 일진전기는 전력선(조가선) 낙찰을 받은 뒤 135억 원어치의 저가 중국산을 수입해 자사 제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하고 55억 원어치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가선은 고속철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 전력선을 지탱하고 전력 공급을 보조하는 선으로 고속철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745km나 되는 조가선 공급 물량이 모두 불법 납품된 중국산이고 이 가운데 60%는 이미 시공됐다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납품업체들이 국내산으로 성능시험만 통과한 뒤 실제로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값싼 중국산 전력선을 납품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국내 기준에 맞지 않는 조가선은 교체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과연 안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안전 사각지대가 이처럼 곳곳에 널려 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 건설사업에 참여한 28개 건설회사의 입찰담합 물량 3조5980억 원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간주한 4355억 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오송과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을 잇는 185km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총 사업비 8조3529억 원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건설사에 이어 전선회사까지 담합이 판을 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다가 연말 호남고속철 완공을 눈앞에 두고 뒤늦게 입찰 비리를 잡아내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호남고속철 개통 시기를 연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안전 문제를 철저히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건설사들의 담합비리 적발도 중요하지만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는 작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는 더 늦기 전에 호남고속철 공사를 정밀 진단하고 감사원도 특감을 벌여서라도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호남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호남고속철이 부실 고속철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정부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호남고속철도#전력선#담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