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군은 DMZ 휘젓고, 소초장은 총소리에 내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군의 기강해이 사례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병사 5명이 무고하게 숨진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이틀 전 군사분계선을 넘은 북한군이 우리 군 최전방초소(GP)에 접근해 귀순 유도 벨을 뜯어가는 사건이 서부전선에서 벌어졌다. 남북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낮에 군이 농락당했지만 국방부는 보름이 넘도록 사건을 숨겼다. 군에선 “작전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철칙으로 여긴다. 경계 실패를 은폐까지 했으니 군의 기본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일반전방소초(GOP)에서는 소초장 강모 중위가 사건 직후 인접 GOP로 달아났다. 현장 지휘관이 부하를 팽개쳐놓고 도망치기 바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총기와 탄약고 관리책임자인 그가 열쇠까지 갖고 내빼는 바람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다 자물쇠를 부수고 겨우 무장을 했다. 만일 북한 공비가 총기 난사를 한 것이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일엔 목선을 타고 백령도에 도착한 북한 주민이 해병대 초소에 귀순 요청을 할 때까지 군은 깜깜이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1일 연평도를 찾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부까지 경고했던 대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군으로 어떻게 북한의 기습 도발에 맞서겠다는 것인가.

2년 전 북한 병사가 ‘노크 귀순’을 할 때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경계 실패를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올 4월 북한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영공을 뚫고 들어왔을 때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방공망 및 지상 정찰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를 받았던 김 장관이 지금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해 있다. 장관부터 잘못을 해도 문책 받지 않는 군대가 정신 자세를 뜯어고칠 리 없다. 군인들의 기강이 풀리면 매년 30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투입해 온갖 첨단무기로 무장한다 해도 ‘이기는 군대’는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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