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하늘 침범한 중국-러시아가 평화를 말할 수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중국과 러시아가 어제 동중국해에서 시작한 대규모 해상훈련에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KADIZ)이 포함됐다.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도 없이 처음 벌어진 일이어서 양국 군용기와 함정이 우리가 관리하는 하늘을 침범하거나 그 안에서 실탄사격을 하는 불상사를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오가는 상선(商船)들의 주요 해상교통로에 최신예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대거 투입해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두 강대국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고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동중국해의 광범위한 지역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일정 지역의 상공에 설정하는 공중구역이다. 중국은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한국의 공역(空域)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켜 불안의 씨를 뿌렸다. 그것도 1951년 이후 유지돼온 KADIZ를 무시한 일방적 조치였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맞서 KADIZ를 이어도 남방으로 확대하면서도 최대한 중국을 배려했다. KADIZ 확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인정하는 기존 비행정보구역(FIR)에 맞춘 것이어서 중국 민항기 운항에 아무런 추가 제약이 없다. 그런데도 중국이 과도한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이어 군사적으로 KADIZ를 침범한다면 한중 우호관계는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중-러 연합훈련은 중-일 간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27일까지 진행된다. 일본 편을 드는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아시아·태평양을 군사적 긴장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방문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중국이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실전 대비 훈련을 하면서 우리나라를 자극하는 것은 강대국의 횡포다. 국방부가 어제 주한 중국대사관의 무관을 불러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 정도 대응으로 중국이 자제할지 미지수다. 정부는 전투기를 발진시켜 퇴거작전을 벌여서라도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을 저지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여야 한다.
#해상훈련#KAD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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