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가는 ‘게임 폐인’ 두 살 아들 굶겨죽이다니

  • 동아일보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는가. 울산과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온라인 게임에 빠진 20대 아버지가 두 살배기 아들을 방치해 굶겨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 정모 씨는 2, 3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다시 PC방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해왔다. 비정한 아버지는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도 베란다에 35일 동안 방치하다가 쓰레기봉투와 비닐가방에 넣어 집에서 1.5km 떨어진 주택 틈새에 내다 버렸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20대 초반 아버지의 게임중독이 빚은 비극이다.

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게임을 하다 알게 된 여자와 아들을 낳고 뒤늦게 혼인신고도 했으나 별거 중이었다. 부인이 공장에 취직해 공장 기숙사에 들어간 사이 남편은 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 씨가 빠졌던 게임은 미국의 온라인역할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넥슨의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 어택’ 등이었다. 모두 상대를 맹렬하게 죽여야 점수가 올라가는 공격적인 게임이다.

조절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갈수록 게임 시간이 늘어나고 중단할 경우 불안 초조 같은 금단(禁斷) 현상이 나타난다. 게임으로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도박 알코올 마약 중독과 같다는 보고도 있다. 심한 경우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현실의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최소한의 판단력도 상실하게 된다.

게임중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0년 2월에는 PC방에서 설 연휴를 포함해 닷새 동안 게임에 몰두하던 손모 씨(32)가 사망했고 같은 해 3월에는 김모 씨(41) 부부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갓난아이 딸을 굶겨 죽였다. 이 부부는 매일 12시간씩 게임을 즐기며 딸에겐 하루 한 번씩 분유만 주고 방치했다.

성인의 게임 중독도 따지고 보면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청소년이 전체의 1.9%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른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기가 됐을 때 폐해는 몇 배 커진다. 게임 중독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청소년 게임 중독에 대한 예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게임중독#방치#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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