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인도적 범죄 김정은 국제형사법정에 세워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계시고 인민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시었으며….” 북한 헌법 서문을 보면 북한은 주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나라 같지만 실상은 인권지옥이다. 이 헌법 제5장은 ‘참다운 민주주의적 자유, 행복한 물질생활 보장’을 비롯해 언론 출판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 휴식 무상치료 교육받을 권리, 남녀평등, 인신의 불가침 조항 등을 담고 있다.

북한에서 이런 헌법상의 권리를 누리는 사람은 김일성의 직계 자손과 군 및 당의 일부 특권층뿐이다. 나머지 주민에겐 그저 헌법 조문에나 있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그제 북한의 조직적 인권 침해를 ‘반(反)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 수령’과 국가안전보위부 등에 개별적 형사책임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사위가 모든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할 것”이라며 “당신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범죄는 나치가 저지른 범죄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유엔이 북한 정부 차원의 반인권 범죄를 인정하고 김정은 등 지도자의 책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한이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국제사회가 보호책임(R2P)을 져야 한다고 인정한 것은 세계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개입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지난 1년간 탈북자 등 320명을 인터뷰해 만든 400여 쪽의 유엔 보고서는 살인 고문 노역 성폭행 등 북한 지배세력이 주민을 공포로 다스리려 저지른 반인권 범죄가 소름끼칠 만큼 상세히 수록돼 있다. 유엔 안보리가 중국의 반대 때문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 어렵다 해도 중국 역시 부담을 가질 것이다. 조사위는 중국에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지 말고 보호하도록 권고했다.

북한은 “인권 보호를 빌미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와 압박에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진실을 덮을 순 없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분명히 보았을 국제기준까지는 아니어도, 북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는 해줘야 한다. 정부는 향후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과 논의키로 한 상호 관심사에 인권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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