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최이안]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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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쌓인 포인트에 대한 감사로 선물을 보내드리려는데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세요.”

작년 봄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는 의심하기에는 너무나 상냥했다.

“보온병으로 보내주세요.”

셋 다 특별히 필요한 것은 없었지만 보온병은 하나 더 있어도 괜찮을 듯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온병 값이 카드 사용으로 쌓인 포인트에서 결제되었다.

몇 달 후 또 그 카드사의 고객인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건성으로 들으며 몇 가지 개인 정보 확인을 해주었다. 며칠 지나자 ‘○○ 서비스 가입 증서’가 날아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보험이다.

다음 날 취소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한번 취소하면 다시는 가입할 수 없으니 한 달간 충분히 생각을 해 보시죠.”

상담원이 약간 위압적으로 충고한다.

“한 달 생각하라고요? 재가입이 안 돼요? 다른 말 필요 없고, 지금 당장 취소해주세요.”

내 언성이 약간 올라갔다. 한 달 기간을 주면 취소하는 것을 잊을 줄 뻔히 안다. 그토록 배려하고 싶으면 가입하기 전에 한 달간 숙고할 시간을 줄 일이지.

두 번의 사례를 겪고 카드사를 통해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음을 짐작했다. 이후에는 그 카드사를 들먹이는 전화가 오면 끊어버린다.

신용의 중심축인 은행이나 카드사는 해커가 고객 정보를 빼돌렸든, 내부인의 소행이든 철저히 개인 정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이미 유출된 개인 정보가 어디까지 퍼져 갈지 불안하기만 하다.

개인도 한번 신용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운데, 신용카드가 신용을 잃었으니 이제 무어라 불러야 하나.

최이안 수필가
#카드사#개인정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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