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반도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이르면 내년 1월 경기 이천공장의 반도체 라인을 늘리는 공사를 시작한다. 이 회사는 공장 증설을 위해 8년간 15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의 노후 시설을 교체하고 최첨단의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면 수출과 매출 증가, 일자리 창출, 협력업체의 발전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06년에도 이천공장 증설을 추진했지만 당시 정부는 공장 폐수 성분 등을 문제 삼으며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뿌리 깊은 수도권 규제 정책이었다. 정부가 요구하는 환경 기준을 모두 맞추겠다고 회사 측이 약속하고 경기도와 이천시도 공장 증설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정부가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단계적으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입지 제한을 완화하면서 증설 요구 7년 만에 걸림돌이 제거됐다.
반도체 업체는 꾸준히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교체하고 신설하는 설비투자와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10년 이상 새 공장을 건설하지 못해 설비는 낡고 경쟁력은 떨어졌다. 뒤늦게라도 규제를 완화해 공장을 증설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7년’이 남긴 후유증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수도권의 경제활동을 옥죄는 법적, 행정적 규제는 아직도 많다. 비(非)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강력히 반대한다. 지방의 우려와 피해의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도권 규제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수도권이 경쟁하는 상대는 중국의 상하이권, 일본의 도쿄권 같은 글로벌 핵심 경제권들이다. 미국의 한 주(州)나 중국의 한 성(省) 중에는 한국보다 넓은 곳도 적지 않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 시설들은 비교적 땅값이 싸고 항구가 있는 지방이 적합하지만 기술집약형 산업이나 첨단산업은 기업이 유리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수도권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도 지역이다. 수도권이 발전해 국가경제가 성장하면 지방도 그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