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희균]교과서를 믿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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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지난 주말 피겨 여왕 김연아가 국민을 또 한 번 행복하게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부상을 딛고 우승을 했다. 김연아가 사랑받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 치의 오차나 꼼수가 없는 정확한 점프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점프의 교과서’다.

어떤 분야에서든 교과서라는 평을 듣는다는 건 대단한 경지에 올랐음을 뜻한다. 교본이자 정답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의 현주소는 어떤가.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최종 승인 방침을 10일 발표했다. 8월 해당 교과서들이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합격 판정을 받은 지 넉 달 만이다.

역사 교과서 공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8종의 교과서는 교육부로부터 무려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특히 논란의 시발점이 된 교학사 교과서는 215건이나 지적을 받았다. 나머지 7종의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거부하면서 자체 수정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623건이나 됐다.

해당 항목을 보면 이념 편향성과 관련된 내용이 있지만 연도나 지명, 인명 같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틀린 경우도 수두룩하다. 엉뚱한 사진이나 통계를 쓴 경우도 많았다. 당초 이들 교과서는 국편의 합격 판정을 받았으니 그대로 학교 현장에 배포될 예정이었다. 교과서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교과서마다 수십, 수백 건의 오류가 담긴 채 아이들의 손에 들렸을 것이다.

10일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수험생들이 낸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진행된 날이기도 하다. 이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 가운데 총생산액이 많은 곳을 고르는 문제였다. 현행 교과서에 따르면 EU가 답이지만, 각종 국제통계에 따르면 NAFTA가 답이다. EU가 몇 년째 재정위기 파동을 겪는 동안 교과서가 최신 통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만이 유일한 정답의 근거”라며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정답 중의 정답이 되어야 할 교과서에 얼토당토않은 오류가 넘쳐나고,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주요한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태는 교과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자료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신문활용교육(NIE)을 통해 최근 동향을 파악하며, 스스로 교과서 수준의 멀티미디어 교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즘 학생에게는 더욱 그렇다.

조변석개하는 교육과정, 그에 맞춰 몇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교과서 제작 절차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난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 대처하는 교육당국의 자세가 지금처럼 미봉책으로 돌아간다면 공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왠지 김연아에게 점프의 교과서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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