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줄 새는 국가보조금,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9일 03시 00분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어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부정수급자 3349명을 적발하고 이 중 127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가로챈 보조금만 1700억 원이 넘는다. 정부는 그동안 주는 데만 정신이 팔려 감독은 뒷전이었다는 말인가. 국가 재정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분명하다.

경북 의성건강복지타운 조성사업에는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 160억 원이 들어갔다. 한 시행사 대표는 공사 진척상황을 조작해 이 중 18억 원을 부당하게 챙기고 담당 공무원에게 3500만 원의 뒷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챙긴 보조금으로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서 월세로 생활하고 고급 외제차 포르셰를 리스해 몰고 다니는 등 흥청망청 생활했다.

모 업체 대표는 다른 회사가 소유한 수안보와 경주, 설악리조트를 담보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해외농업개발기금 72억 원을 받아 챙겼다. 명동 사채업자와 유흥주점을 통해 자금세탁까지 했다니 처음부터 작정하고 벌인 범죄다. 유령 보육교사와 원생을 서류에만 올리고 허위 지출서류로 94억 원을 빼돌린 어린이집 원장 182명도 적발됐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만 405억 원이나 새나갔다. 감사원 감사 결과 복지사업 부정수급 예산은 3년 동안 6600억 원이다. 검경이 적발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정책 장려와 특정산업 육성을 위해 무상으로 주는 돈으로 모두가 국민 세금이다. 법원이 원전에 불량 부품을 납품해 돈을 빼먹은 업자와 공기업 직원들에게 무거운 실형을 선고했듯이 국가보조금 횡령범도 엄벌해야 한다.

검경은 일회성 수사에 그치지 말고 부처 간 긴밀한 공조 체제로 국가보조금 집행의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야 한다. 감사원과 국세청 금융감독원도 힘을 합쳐야 한다. 국가보조금을 나눠주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낭비나 유용된 보조금에 대해서는 다음 해 예산에서 과감히 삭감해 비리 근절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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