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전두환 추징 의지, 숫자로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도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강력한 환수 의지를 밝힌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의 추징 시효는 10월에 끝난다. 검찰이 추가로 추징해서 시효를 연장하지 못한다면 은닉 재산은 고스란히 전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의 몫이 된다. 검찰은 지난달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왔으니 검찰과 국세청이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씨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아랍은행과 거래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역외(域外) 탈세 혐의 등에 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그는 지난해 매출 440억 원을 올린 출판사를 보유하고 있다. 차남인 전재용 씨는 서울 서소문의 빌딩 5채를 200여억 원을 주고 매입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재산을 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쌓았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야당은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 가운데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형에 처한다’ ‘가족이 재산형성 과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추징금을 내야 한다’ 등의 조항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다만 추징 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여야가 합의하게 되면 가능해 보인다.

대법원은 1997년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205억 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629억 원의 추징금을 확정했다. 이후 15년 동안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추징금에 대해서는 약 90% 수준까지 환수했으나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5% 정도밖에 환수하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이 더 지능적으로 불법 재산을 숨겼기 때문이겠지만 과거 정권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은닉 재산을 찾지 않은 탓도 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 발언은 박 대통령이 추징금 환수에서 역대 정권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에 불과하다. 누구도 부정한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것을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두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
#박근혜#전두환#미납 추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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