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자주 인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말이다. 이 문장은 원래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혜가 얼마나 하찮고 잘못된 것인지, 그 무지(無知)를 깨닫자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 그리스의 또 다른 철학자 탈레스는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라며 이 말을 사용했다. 두 철학자의 해석을 종합하면 ‘인간이 무지해서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이 격언은 요즘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고위 공직자 임명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정말 자기 자신을 모르는 걸까. 굳이 한두 사람을 특정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주요 공직자 대부분을 둘러싸고 잡음이 흘러나왔다. 의혹도 다양했다. 부동산 투기에서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병역면제와 전관예우 논란까지…. 한 사람당 보통 두세 가지, 많게는 열 가지가 넘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병역면제 문제는 너무 심했다. 디스크부터 손가락 마비, 피부질환에 폐결핵까지 면제 사유도 다양했다.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며 항변했지만 세상에 이유 없는 무덤이 어디 있을까. 국민 대다수가 다녀온 군대를, 한국 사회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높은 분과 그 아들은 어떻게 그리 쉽게 빠질 수 있었는지…. 그래서 이 정부 고위 공직자의 첫 번째 조건이 병역면제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도 전혀 틀린 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에게 11일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관이 된 그들이 과연 국민 마음의 청문회도 거쳤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물어보자. 그들은 정말 자기 자신을 모르는 걸까. 병역면제를 받고 부동산 시세 차익을 얻는 과정이 자신의 양심에 비춰 봐도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을까.
모두가 몰라도 본인만은 진실을 알 것이다. 그 과정이 정당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낙마했든, 모든 의혹과 비난을 견뎌내며 운 좋게 임명장을 거머쥐었든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혹시나 그들이 고대 철학자들의 말처럼 무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몰랐던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너 자신을 제대로 알라’고 말해주고 싶다. 장관 자리가 당신에게 적합한지, 장관을 할 만한 ‘도덕적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따져보라고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지금이라도 주저 없이 그 자리를 내려놓으면 어떨까. 그게 진정 자신을 아는 법이자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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