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조직법 볼모로 ‘끼워 팔기’ 하려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박근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해온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협상 카드를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공영방송 사장 임명 요건의 강화, 지난해 방송사 파업과 관련한 언론청문회 개최, MBC 김재철 사장 사퇴 등 3가지를 수용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민주당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일이고,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원안 고수 의지는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민주당의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협상하면서 이와 관련 없는 사안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올바른 협상 태도가 아니다.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다른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조직 개편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민주당은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고 있는 종합유선방송 등 비(非)보도방송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경우 정부의 언론 장악이 우려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민주당의 3대 조건 제의는 이런 주장 자체가 전혀 터무니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특히 민주당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공정성을 심각히 저해할 수 있는 지상파 문제에 스스로 개입하려는 것은 이율배반(二律背反)이 아닐 수 없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별도의 언론브리핑을 통해 “종합유선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로, 이를 놓고 거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춘 원내대표의 말과 180도 다른 얘기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민주당 내의 엇박자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새누리당의 단독 요청으로 8일부터 3월 임시국회가 열리도록 되어 있으나 민주당이 호응하지 않으면 의사일정조차 잡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언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장관 임명도 하지 못해 식물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겉과 속이 다른 협상 전략으로 새 정부의 출범을 막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정부조직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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