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국무총리와 17명의 장관 가운데 단 한 명도 임명하지 못했다. 청와대 인사도 실장과 수석에 그쳤다. 총리와 장관 자리를 ‘공석(空席)’으로 두고 출발하는 새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먼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지각 인사로 인해 첫 국무회의가 전임 총리와 전임 장관이 참석하는 이상한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상황은 더 어렵다. 총리 청문보고서 채택과 장관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내각 구성은 3월 10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정부 공석 사태를 불러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마지막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던 일부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도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민주통합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도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 모두 타협하고 절충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정치권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 이후 거듭 다짐한 ‘새 정치’를 벌써 잊었는가.
박 대통령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선택해 곤경을 자초했다. 1차 내각 후보자 발표에 포함된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실한 검증도 야당에 빌미를 제공했다. 박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여당과 함께 야당과의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 정부 구성이 늦어질수록 새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도 야당도 책임감을 나눠 갖고 새 정부가 하루 빨리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