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붓다 인가’ 받은 장관 후보

  • Array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붓다필드(Buddha Field)’ 회원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붓다필드는 2002년 ‘젠풀’이라는 웹사이트로 출발한 마음수련 단체다. 운영자는 뉴질랜드에 살면서 ‘게이트’라는 ID로 활동하는 신모 씨인데, 회원들은 그를 영적 스승으로 따른다. 김 후보자는 7군단장(중장)이던 2003년 붓다필드에 가입했다. 게이트가 깨달은 자임을 인정하는 ‘붓다 인가’도 받았다. 그는 육군 1군사령관(대장) 시절인 2005년 신동아 8월호 인터뷰에서 깨달음의 순간을 ‘마음의 오르가슴’이라고 표현했다. 그러고는 “붓다필드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군 장병들이 업무에 전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붓다필드의 회원이던 김종업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사(육군 대령 예편)가 2008년 신동아 4월호에 게이트의 사이비 수련 행태를 폭로하고 연이어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게이트의 미심쩍은 행적을 보도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게이트는 유체 이탈이 자유롭다고 주장하고 암을 치료해준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붓다 인가를 해주면서 헌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는 회원들의 차명계좌로 헌금을 관리하며 뉴질랜드에서 방탄차량에 카지노 VIP 회원권을 가지고 호화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자신이 “비도 오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금에 대해선 “회원들이 좋아서 준 돈 어쩔 수 있느냐”고 말했다.

▷회원 30명으로 시작한 붓다필드가 6년 만에 회원 7000명을 넘긴 비결 중 하나는 사회 저명인사가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내도 깨달음을 얻은 상태”라며 붓다필드를 홍보한 김 후보자 그리고 게이트의 의혹을 폭로한 김 이사 모두 육사 출신이다. 법조인 교수 의사 한의사도 줄줄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터넷 기반의 이 수련 단체는 사회 저명인사들의 홍보 효과를 누리며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김 후보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엔 ‘이기심’이 극복되고 인류와 국가에 대한 사랑이 행위로 표출되는 것을 느꼈다”고 ‘간증’했다. 그러나 최근 검증 과정에서 불거졌듯 증여세 미납에 아파트 투기 의혹, 비리와 연루된 외국계 무기중개업체 고문 같은 이력을 보면 ‘이기심’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는 2006년 육군참모총장 인사를 앞두고도 붓다필드 회원 문제가 거론됐지만 탈퇴하지 않았다. 공무원에게도 믿음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믿음을 통해 신통력을 가질 수 있다. 게이트님도 젊은 시절 신통력을 드러냈으며 제자 중 몇 사람도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됐다고 한다”는 이에게 국방의 중책을 맡길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붓다필드#김병관 후보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