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인수위, 두 얼굴의 야누스 닮아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朴관심사엔 ‘펄쩍’… 다른 문제는 ‘쉬쉬’

이재명 정치부 기자
이재명 정치부 기자
4일 오후 5시 5분경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아무런 예고 없이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순간 회견장은 술렁였다. 진 부위원장의 손에 들린 종이에 총리 후보자나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예상은 빗나갔다. 진 부위원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향해 “김 장관의 발언은 하나의 궤변이며 부처 이기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장관이 앞서 “통상교섭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행사하도록 할 경우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조직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반격이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자극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진 부위원장이 ‘전투 모드’로 나선 것은 의외였다. 외교부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이날의 장면은 언젠가 본 듯한 데자뷔(기시감)로 다가왔다.

지난달 17일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예고 없이 회견장을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성을 다해 만든 공약을 ‘지키지 마라, 폐기하라’라든지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전날 여당 중진 의원들이 제기한 ‘공약수정론’을 단칼로 쳐낸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중진 의원들은 “폐기하라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얘기였다”라며 꼬리를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강행한 지난달 29일 오전에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30분 간격으로 출동해 ‘MB 책임론’을 꺼내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인수위의 날랜 모습은 여기까지다.

지난달 12일 갑자기 종적을 감춘 최대석 전 인수위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말 북한이 개입한 것인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선에 박근혜 당선인은 관여하지 않았나. 박 당선인은 이 후보자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기를 원하나. 박 당선인의 인선 발표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인사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궁금증은 꼬리를 물지만 인수위 내 누구 하나 배경 설명이라도 해 주는 사람이 없다.

로마신화에는 두 얼굴의 야누스 신이 나온다. 이 신은 두 얼굴로 문(門)의 앞뒤 쪽을 동시에 지킨다. 당선인이 중시하는 문제에는 전광석화로,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는 모르쇠로 대응하는 ‘박근혜의 인수위’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을 지키는 야누스를 닮았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인수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