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 “성폭행범 강력처벌…사형도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자전거타고 금강산구경 가야죠… 우선 동해안 자전거길 놓습니다
■ 전국에 자전거길 1050km 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자전거로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 여행하는 꿈을 꾼다. 통일에 앞서 남과 북을 잇는 자전거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을 총괄하며 이명박 정부 행안부 장관으로는 최장수(2년 10개월) 장관이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재해 예방 사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말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자전거로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 여행하는 꿈을 꾼다. 통일에 앞서 남과 북을 잇는 자전거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을 총괄하며 이명박 정부 행안부 장관으로는 최장수(2년 10개월) 장관이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재해 예방 사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말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 행정안전부 장관 집무실. 책상 옆의 큰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국가 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 서울에서 북한강과 남한강, 새재,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등이 파랑(완공), 주황(공사 중), 검정(추진중) 선으로 연결돼 있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의 자전거길은 3078km.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것을 제외하고 1050km 자전거길이 그의 주도로 완성됐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67) 얘기다. 그는 이명박 정부 행안부 장관으로 최장수(2년 10개월) 장관이다. 내무부 시절이던 1975∼78년 3년을 재임한 김치열 장관 이후 가장 오래 부처를 지켰다. ‘안전’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보낸 2년 10개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 자전거로 ‘통일’을 꿈꾸다

맹 장관 하면 ‘자전거’가 떠오른다. 수시로 전국의 자전거길을 누빈 덕분이다. 그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건 행안부 장관이 된 2010년 여름부터다.

“자전거는 중학교 때 잠깐 타 본 게 전부였어요. 장관이 된 뒤 ‘자전거 정책’이란 게 있더군요. 각 지자체가 자전거길을 조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거였어요. 현장에 가 보니 자전거길 곳곳이 끊겨 있더군요. 주차장으로 바뀐 곳도 있고요.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에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전거 조작이 미숙해 많이 넘어졌습니다. 전국을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우리 강산이 무척 아름다운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맹 장관은 새로운 자전거길을 내기 전에 항상 현장을 점검했다. 먼저 자전거를 타 봤다.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기 위해서였다. “승용차로는 운전대 앞 사각 창틀 앞 풍경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산과 강, 바람의 속살을 느낄 수 있어요.”

맹 장관은 “통일을 염두에 둔 자전거길이 있다”라고 했다. 올해 3월부터 추진되는 ‘동해안 자전거길’이 그것.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포항 울산을 거쳐 부산 을숙도로 이어지는 총연장 720km의 해안 코스다. 통일전망대를 시작점으로 한 건 통일을 앞두고 언제든 북한으로 자전거길을 연결하겠다는 취지라고 맹 장관은 설명했다.

“자전거로 금강산 여행을 하는 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입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준비하는 등 남북 관계가 냉각돼 있지만 통일은 ‘필연’입니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북한으로 자전거길을 연결하면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통일전망대와 함께 휴전선 부근인 양구 화천 철원 파주 등에서 북으로 잇는 DMZ 자전거길을 내는 방안도 있습니다.”
○ 탈북자, 우리가 감싸 안아야 하는 존재

최근 화교 출신 탈북자였던 서울시 공무원(계약직)이 간첩으로 밝혀졌다. 맹 장관도 충격을 받았다. 그는 “탈북자를 공직에 채용하는 건 사회 통합과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자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간첩이 수많은 탈북자의 신상명세를 북한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입니다. 이를 계기로 탈북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할 때는 통일부 등 관계 기관의 사전 검증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탈북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안보 기밀 분야와 개인 신상정보를 취급하는 업무는 제한할 방침입니다.”

그럼에도 탈북자에 대한 배려는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게 맹 장관의 생각이다. 어렵게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온 이들이 정착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 그는 “탈북자는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고 선량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정기 보안교육과 동료들의 멘토링을 강화하는 등 공직 적응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에 답이 있다

행안부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부처다. 맹 장관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편의가 우선’이라며 관계 기관을 설득했다. 백두대간의 단절된 구간이던 이화령(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을 잇는 고개)에 생태통로를 만들 때 산림청과 긴밀히 협조했다. 자전거길을 조성할 때는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했다.

맹 장관은 평소 행안부 직원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무실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도 직접 현장에 가면 해결책이 나온다는 거다. ‘현장’은 그가 1972년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졌던 소신이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 정치인(제15, 16, 17대 국회의원), 공직자를 두루 거쳤다. 어떤 게 더 매력적일까. “기자로 현장을 누비며 거침없이 비판하던 때는 행복했습니다. 운 좋게 특파원(런던, 워싱턴) 생활을 두 번이나 했고 TV 앵커(SBS)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요.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배운 것도 뜻깊었습니다. 41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시간은 장관으로 일한 2년 10개월이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어린이 여성 등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안전’을 지켜야 대한민국도 산다

지난해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까지 훼손한 조선족 오원춘 사건 등 강력범죄가 이어졌다. 맹 장관은 “성폭행, 살해 등 강력범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가정을 파괴한 범죄자에게 배려란 있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 가족의 찢어진 인권이 더 소중합니다. 사형 등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맹 장관은 평소 ‘안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가 행안부 수장이 된 뒤 국무회의 때 가장 먼저 보고한 정책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이다. 스쿨존에서 과속한 차량은 범칙금을 2배로 올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매년 160여 명에 이르던 어린이 교통사망자가 2011년부터 80명 수준으로 줄었다(경찰청 자료).

맹 장관은 “어린이의 안전은 ‘교통규칙은 꼭 지킨다’라는 운전자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동아일보의 연중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는 소중한 목숨을 구하는 뜻깊은 캠페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했다.

2011년 휴대전화와 치안 서비스를 연계한 SOS 국민안심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어린이나 여성이 성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긴급한 상황에서 이용자가 통신기기에 따라 원터치 SOS(휴대전화·스마트폰), 112 긴급신고 앱(스마트폰)으로 범인 몰래 경찰에 연락하도록 했다. 지난해 강간 미수범, 아동 성 추행범 등 25건의 신고를 받아 모두 검거했다. 1월 말 현재 76만 명이 가입했다. 맹 장관은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미성년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국민안심서비스를 확대했다”라며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유엔이 선정한 전자정부 세계 1위에 올랐다. 2010년에 이어 2연패.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행정 업무의 혁신과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

맹 장관은 “지난해에만 세계 65개국 공무원 400여 명이 행안부를 방문해 전자정부 시스템을 견학하여 ‘행정 한류’로 자리 잡았다”라며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의 관세, 조달 등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전자정부 시스템은 2002년 수출 실적이 10만 달러(약 1억800만 원)에서 지난해는 3억4000만 달러(약 3700억 원)로 크게 늘었다. 맹 장관은 “전자정부는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유망시장)”이라고 했다. “전자정부가 수출되는 건 한국의 행정 문화가 세계에 진출하는 셈입니다. 올해 목표는 4억 달러(약 4300억 원)이고 2017년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자정부 전문가와 유지 보수 인력이 해외에 파견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 행안부는 ‘안전행정부’로 바뀐다. 맹 장관은 “박 당선인이 ‘안전’을 국정의 중요한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그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게 최선이기에 각종 재해 예방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퇴임한 뒤의 계획을 묻자 “24일 이후에는 백수”라고 했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공직을 마무리한 뒤 미국에 사는 둘째 딸 가족을 만나러 출국할 예정이다. 손자가 둘이나 생긴 5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맹 장관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는 “앞으로의 계획은 전혀 없다”라며 웃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다음 자리’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사심(私心)이 생기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맹형규는?
△1946년 8월 9일 서울 출생 △경복고-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2∼95년 연합통신 국민일보 SBS 기자 △1996∼2008년 제15, 16, 17대 국회의원(국회 산업자원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08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무특별보좌관 △2010년 4월∼ 행정안전부 장관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인터뷰 게재에 따라 ‘류인균의 우울증이야기’, ‘김재원의 주역이야기’는 한 주 쉽니다.
#맹형규#자전거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