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서울 출생으로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전형적인 법조인 출신이다. 출신 지역이나 경력으로 본다면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국민대통합이나 법과 원칙의 확립,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의 개막이라는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워낙 국민대통합과 책임총리제를 강조한 터라 첫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궁금증이 컸던 데 비해 김 후보자 카드는 참신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 정부의 첫 총리는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와 관계없이 본인 스스로가 새 정부의 ‘아이콘’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맡아 이미 국민에게 익숙한 인물을 발탁한 것은 의외라는 말도 나온다.
박 당선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김 후보자가 책임총리제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인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 후보자가 대선 때부터 박 당선인과 함께 일해 왔다는 것은 대통령과 총리 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책임총리제에 걸맞은 국정 이해도나 부처 장악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박 당선인이 도덕성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나치게 의식해 무난하고 편한 인물을 고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박 당선인이 헌법이 정한 대로 총리에게 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할’ 실질적 권한을 줘야 한다. 그래야 박 당선인이 모든 걸 혼자 결정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덜어 낼 수 있다.
김 후보자 스스로도 책임총리에 부합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만을 쳐다본다면 장관들은 더욱 청와대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가 동시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새 총리는 또 세종시 시대를 맞아 행정의 비효율을 줄이고, 대통령과 행정 부처 간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부처 간 통합과 조정 역할도 제대로 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달 25일 취임과 더불어 산뜻하게 출범할 수 있으려면 정부조직법안 처리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에서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래야만 장관 후보자 인선도, 인사청문회 개최도 가능하다. 대충 하라는 게 아니다. 따질 것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국회부터 빨리 가동해 정부조직 개편을 논의하고,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