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만료 한 달여를 앞두고 발표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과 청와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바로 다음 날인 1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23일에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총리실 주도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재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양건 감사원장은 “만약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조사를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 하지만 감사원과 청와대, 정부 부처 사이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기(國基)문란’이라고 비판하는 사람까지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오히려 청와대를 대상으로 재무감사를 하는 곳이 감사원이다.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반박 기자회견에 재검증까지 들고 나온 것은 지나치다. 이런 행위는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이의가 있다면 법에 따라 재심을 요구하는 게 옳다.
현 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장을 통해 자신이 임명한 양 감사원장에게 불쾌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의 감사 결과 재검증 방침에 대해 감사원장을 지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고 말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감사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정부의 대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데는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4대 강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피감기관인 해당 부처에 전화를 걸어 반박하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감사원 스스로 위상과 권위를 크게 훼손한 것이다. 감사원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씨가 당선됐다면 더 센 감사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주무부처 장관들이 검찰에 넘겨지는 상황까지 갔을 수도 있다”며 위협적인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스스로 ‘정치 감사’를 했다고 자인한거나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정권 말기에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양 감사원장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독립기관으로서의 감사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 안팎에서 감사원 고위 간부들이 새 정부에 잘 보이려고 물밑에서 치열한 줄 대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비슷하다. 판사가 판결로 말하듯 감사원은 오로지 감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