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향정]좌충우돌 우당탕탕! 신입사원 버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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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정 백석문화대 관광학부 교수
이향정 백석문화대 관광학부 교수
스물두 살이 되던 해 1월, 나는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세련되고 멋진 스튜어디스로 핑크빛 미래만 꿈꿨던 스물두 살의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러나 나의 직장생활은 우당탕탕 좌충우돌 실수와 난관의 연속이었다. 학생 시절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았던 내게는 회사에서 지켜야 하는 많은 규율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쉽지 않았다. 오전 3,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근무가 이어지면 매번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어야 했다. 너무 졸려 잠깐 더 자다가 헐레벌떡 공항으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일하다 보니 멀미에 시달렸다. 속이 울렁거리는데도 억지로 웃으면서 승객들 앞에 서 있으려니 괴로웠다. 비행기 통로를 지나는데 갑작스러운 기체 요동으로 넘어지면서 남자 승객의 무릎에 앉아 버리기도 했다.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던지….

실수도 많이 했다. 승객의 옷에 주스나 와인을 쏟기도 하고, 승객에게 주문을 받고도 깜박 잊고 안 가져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비행기에서 일하다가 이리저리 부딪쳐서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었다.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발이다. 학생 때야 편한 신발을 신고 다녔지만, 승무원이 되니 딱딱하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15∼20시간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발은 퉁퉁 부어오르고 뒤꿈치는 까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막내 승무원인 나는 화장실 청소를 맡아야 했다. 솔직히 그때까지 우리 집 화장실도 한 번 청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국적 승객들이 사용한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제일 참기 힘든 것은 구토를 치우는 일이었다. 아기, 어른, 술 먹은 사람 구토물을 냄새를 참아 가며 종류별로 치워야 했다.

“아! 너무 힘들다. 어렵다. 발 아프다. 더 자고 싶다. 못 해 먹겠다!” 화려하고 멋진 일이라고만 여겼던 내 생각과 너무도 달라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여러 번 고민도 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도 했지만, 승무원으로 합격만 시켜 준다면 힘든 일은 다 하겠다는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을 바꾸어 나갔다. ‘나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래, 인내해 보자!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나는 사회생활의 위기와 권태기를 그렇게 극복했다. 그리고 18년간 무사고·무벌점으로 근속했고, 최연소로 선임사무장으로 진급했으며, 일하면서 학업에도 열중해 현직 여승무원 최초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승무원이라는 불규칙한 직업 환경에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인생의 귀중한 교훈을 배우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성장했고 어려움을 깨닫고 인내를 배웠다. 실수도 아픔도 자산이 됐고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취업의 계절이다. 나는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인내하지 못하고 한 달, 아니 일주일을 못 버티고 일을 그만두는 학생이 너무나 많다. 특히 관광 외식 및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비애와 감정 노동을 이겨 내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반 학생들을 좋은 직장에 취업시켰는데 인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참고 인내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비를 넘어서면 엄청나게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자신감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다. 젊은이들이여, 멋진 미래와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인내하자!

이향정 백석문화대 관광학부 교수
#신입사원#사회생활#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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