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베스트셀러 사기극’ 출판문화의 수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통한다.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펴낸 책이 여기에 포함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표지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책은 독자의 눈길을 끈다. 이 목록이 독서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선정 과정은 온라인신문에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전국의 표본 서점에서 소매 구입량을 집계해 목록을 만든다. 책 제목 옆 *표시는 앞선 순위의 책과 판매부수가 별 차이가 없고 †표시는 일부 서점에서 대량 주문을 받았음을 뜻한다는 내용까지 밝혀 놓았다.

국내 출판계에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불신이 깊다. 인터넷 서점들이 ‘베스트’ ‘화제’ ‘추천’ 등의 표현을 사용해 신간을 소개한 코너들은 단순히 광고비를 낸 출판사의 책을 올려주는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은 ‘급상승 베스트’ ‘화제의 베스트도서’ ‘리뷰 많은 책’ 등의 코너를 운영하면서 한 권당 일주일에 50만∼250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돈을 받고 신간을 홍보해주면서도 마치 추천도서나 베스트셀러인 양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다. 그제 공정위는 이들 인터넷 서점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2500만 원을 부과했다. 과태료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들 서점의 공신력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예스24의 매출액은 3552억 원, 인터파크는 2486억 원, 교보문고는 1570억 원, 알라딘은 1560억 원에 이른다. 굴지의 대형 서점들이 위장광고라는 사실을 숨긴 채 책 추천코너를 운영했고, 소비자들은 책 구매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좋은 책을 내고도 돈이 없어 광고를 못했던 소규모 출판사들은 그만큼 독자의 선택에서 소외된 셈이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도 출판사들이 사재기 같은 불공정 행위를 통해 베스트셀러의 순위 조작을 시도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서점에서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책을 진열하려면 ‘자릿값’도 내야 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도록 출판계의 윤리의식 확립과 함께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책은 지식산업의 주축이다. 거짓과 편법을 동원해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극은 서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출판문화의 수치다. 조작된 베스트셀러 순위에 현혹되지 않는 독자들의 지혜로운 선택도 필요하다.
#베스트셀러 사기극#출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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