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 후보, 일자리 만들려면 노동계 양보도 얻어내라

  • 동아일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어제 경제5단체장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좀 더 여유 있는 분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고용 유지를 요청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을 만나 “해외로 공장을 옮기기보다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골목 상권 살리기를 개혁안에 반영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두 후보가 그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재계와 대화에 나선 것은 좋다. 그러나 기업인들에게 무조건 애국자가 되라고 요구하는 주문은 경제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대통령이 되겠다면 대기업들이 왜 국내 투자를 안 하는지, 해외 투자 여건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좋은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기업의 협조를 구하려면 동시에 노조의 양보도 받아내야 제대로 된 일자리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기득노조가 철옹성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청년들이 뚫고 들어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필수이고, 그러자면 노사 간 대타협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이 노사의 협조를 함께 구하는 자세가 아쉽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업이 해고를 자제하는 만큼 노동자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정부는 임금을 보조해주는 노사정(勞使政) 협조를 통해 20년래 최저의 실업률을 달성했다. 2000년대 초반 독일 기업들이 저임금을 찾아 동유럽으로 공장을 옮겨갈 때 노조 측은 일을 더 하면서 임금을 깎는 자발적 희생으로 일자리를 지켰고, 독일은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어제 “일자리를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겠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을 발표했다. 15만 명의 교육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50조 원 규모의 정부조달사업 재정을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내용이다. 세금으로 지탱하는 공공 일자리 늘리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국민 부담과 재정 적자를 키워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서비스 산업 육성 외에 대안이 없다”며 “차기 대통령은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투자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규제 완화와 시장원리 준수, 그리고 친기업 사회 분위기 조성을 말하는 후보가 아직 없다. 그래서야 일자리 창출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겠나.
#대선 후보#일자리#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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