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전선에 이어 정부청사 보안까지 뚫리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부인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가 어이없이 뚫렸다. 60대 김모 씨가 후문을 경비하는 의경, 현관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 출입구 역할을 하는 보안게이트 등 3중(重) 보안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경비요원은 디자인이 다른 가짜 신분증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경계 근무에 소홀했다. 보안시스템은 먹통 상태였다. 휴일이었다고 하지만 경계 근무에는 휴일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강한 사슬도 고리 하나가 끊기면 대형사고로 직결되는 법이다.

김 씨가 휘발유가 든 생수 병을 배낭에 숨긴 채 정부청사 7층과 18층을 돌아다녀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도 피해가 그 정도에 그쳤기 천만다행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정부 부처의 보안시스템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 특히 정부종합통신망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구조이므로 한 부처만 잘못되어도 총체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와 사회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초소와 경비대를 찾았지만 반응이 없자 장병들이 생활하는 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할 정도로 전방 경계태세는 허점투성이였다. 휴전선을 따라 철조망과 감시초소, 폐쇄회로(CC)TV가 촘촘히 깔려 있는데도 북한군 소년병이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몰랐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노크 귀순’이란 말이 군의 구멍 뚫린 경계태세를 조롱하는 유행어가 되고 있다.

정부청사와 휴전선의 경비 경계 소홀은 공직기강 해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권이 임기를 4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공직자들의 관심이 오로지 차기 정권에 가 있고 본업을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근무 기강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챙긴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어제 북한군 귀순 사건을 ‘경계 작전의 실패’로 규정하고 사단장 등 3명의 보직 해임을 비롯해 14명을 징계했다. 군기문란 사고가 터졌을 때 관련자 문책만으로는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국방시스템의 개혁과 더불어 정신 무장의 강화가 절실하다. 북한이 연말 남한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개입을 위한 도발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의 원점 좌표까지 공개하며 테러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정부는 안보와 치안 유지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종합청사#방화#투신#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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