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권 후보들의 대북인식과 안보觀을 우려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10·4선언 5주년인 그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히면서 “참여정부를 끝으로 중단됐던 지점을 남북관계의 출발점으로 삼되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기본 골격에서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정책 및 10·4선언에 담긴 것과 거의 같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답습해서 어떻게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문 후보의 인식도 위태롭다. 그는 10·4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관련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이 북측에 양보를 하지 않아 무산됐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우리 측은 NLL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같은 거리, 같은 면적으로 어로공동구역을 두려는 생각이었는데 북한 측은 NLL 남쪽인 우리 영해상에 공동구역을 두자고 해 합의가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해상경계선으로 유지된 NLL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력화(無力化)를 시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10·4선언에 명기된 서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 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의 경직된 태도’ 운운한 것은 김 전 장관이 NLL을 포기하고 북한 요구를 수용했어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문 후보는 서해평화지대 구상을 언급하면서 “NLL은 그대로 두고”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북이 계속 NLL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안철수 후보의 대북 인식과 안보관(觀)도 다소 우려스럽다. 그는 본보 대북정책 설문조사에서 “(현 정부가) 전제조건을 걸고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화가 재개돼야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사살과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는커녕 오히려 남쪽을 향해 큰소리를 치고 있다. 그런 북한을 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하자고 나서는 것이 안 후보가 말하는 평화와 안보의 길인지 묻고 싶다.
#대선#야권후보#대북#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