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내년 3월부터 폐기하는 내용의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어제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소득 상위 30% 가구는 보육비 전액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업주부 가구도 보육비 지원을 현재의 절반 수준만 받게 된다.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 7개월 만에 사실상 철회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무상보육 대상을 2013년 3∼4세, 2014년 0∼2세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지난해 말 여야 합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0∼2세 무상보육을 결정하고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생색은 정치권이 내고 뒷감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긴 것이다.
국회가 3∼4세보다 0∼2세 무상보육을 당겨 채택한 것은 해당 아동의 수가 적어 예산이 덜 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판단 착오였다. 새 제도가 시행되자 집에서 아기를 키우던 전업주부들이 젖먹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했다. 보육 수요가 폭증하면서 비용을 분담하던 지자체들이 올해 6, 7월쯤 1년 치 예산을 소진하고 나자빠졌다. 본란도 3월 30일자 ‘과잉복지로 재정 위협받는 지자체 신음소리’ 사설 등에서 이 문제를 거듭 지적하면서 대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0∼2세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모든 계층에 지급하자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시정을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복지 정책은 우선순위와 부담능력, 효과를 면밀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선별적 복지 확대와 넓은 세원 확보를 권고했다. 앞으로 한국은 복지를 더 확충해야 하지만 보편적 무상 복지는 재정건전성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전직 경제관료 등 100여 명이 참여하는 ‘건전재정포럼’의 강봉균 총괄대표는 “복지 포퓰리즘 5, 6년이면 나라 재정이 금방 망가진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시행된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수준별 수업, 노후건물 수리, 과학실험 기자재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급식분담금을 떠넘기며 다투고 있다. 지금 단골 선거 공약으로 등장하는 무상의료나 반값 등록금, 사병 월급 인상 등도 분명한 재정 뒷받침 없이 정책화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을지 뻔하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면 무상보육보다 더 무리한 공약이 없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