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90일 앞두고 장외(場外)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함께 3파전 구도가 됐다. 이 시점에서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일 것이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정치권이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했는지 국민의 동의가 없는 현 시점에서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 특유의 애매모호한 화법이다.
단일화 여부는 지지율 흐름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일단 독자 행보를 통해 10월경 ‘지지율 성적표’를 받아들고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일각에선 올해 초 민주통합당 창당 때처럼 민주당과 안 교수 세력을 합친 ‘가설(假設) 정당’을 만들어 야권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근혜 후보와 최종적으로 겨룰 야권 후보가 하나일지 둘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 후보는 “정치경험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수평적 리더십과 디지털 마인드가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발언이겠지만 대통령 직은 기업 최고경영자와 다르다. 대통령 책상 위에 올라오는 국정과제에는 수많은 갈등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안 후보가 토크콘서트에서 보여준 위로와 감성의 언어만으로는 한반도와 5000만 국민의 명운이 걸린 국정현안을 헤쳐가기 어렵다. 안 후보는 “수영장에서 수영할 줄 알면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서도 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람도 없는 25m 길이의 수영장을 폭풍우와 파도가 몰아치고 상어 떼가 득실거리는 바다와 비교하는 것은 겸손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은 태도다.
7월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주요 현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정책집이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담은 ‘정책 단상(斷想)’에 가깝다. 그 정도 책자로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안 후보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게 정책 토론을 제의하기 전에 자신이 그리는 국가경영의 설계도와 답안지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안 후보는 “정당한 검증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지만 악의적인 흑색선전은 정치권 최악의 구태”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검증은 구분해야 한다. ‘최고의 공인(公人)’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람의 사생활을 비롯한 과거 이력에 대한 검증은 대선에서 필수 코스다. 민주당 오영식 전략홍보본부장은 “누구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도덕성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안 후보도 검증 과정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이미 치열한 검증 무대에 올라가 있다. 안 후보도 당당히 검증에 임해야 한다.
작년 9월 이후 안 후보가 국민의 이목을 끌면서도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바람에 담당 기자들은 “1년 동안 그의 샴푸 냄새만 맡았다”고 푸념한다. 그는 이제 거센 비바람이 부는 거리로 나가 군중 앞에 서야 한다. 그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었는지,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책무를 맡겨놓고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을지, 유권자의 눈은 지난날보다 냉혹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