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값 급여’ 70세 고용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하는 나라다. 저(低)출산으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해 2030년이 되면 28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수명은 꾸준히 늘어 2040년 한국 인구의 중간 나이는 52.6세로 세계 최고의 ‘노인 나라’가 된다. 현재는 생산가능 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이 16명에 불과하지만 2060년에는 80명으로 늘어난다. 노인 부양을 떠맡게 되는 젊은 세대는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0.7세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할 만큼 노인 기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19세기 말 평균 수명 49세 정도였던 독일의 노령연금 수급 연령 기준(65세)을 지금까지 빌려 쓰다 보니 ‘젊은 노인’을 양산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평균 53세에 퇴직을 한다. 한창 일할 나이에 학교 경비나 청소 용역과 같은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뒤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65세 이상의 빈곤율이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을 크게 웃돌고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 중간보고서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려 잡고 정년제 폐지를 제안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향이다. 미국과 호주는 일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나이 기준으로 내보내는 정년제를 ‘연령차별(age discrimination)’로 보고 금지한다. 영국 프랑스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정년 이후 수입이 끊기는 ‘소득 절벽’을 피하기 위해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을 일치시키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같은 정책이 불가피하다. 생산성과 고용 유연성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합의가 중요하다. 직무가 아닌 연공서열 임금 체계에서는 50대의 임금이 신입사원의 2∼3배에 이른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을 유지하면서 정년만 늘려 달라고 하면 기업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적게 받는 방향으로 정년 연장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70세에 반값 임금을 받더라도 능력껏 일하는 노년이 더 행복할 것이다. 기업이 숙련도와 충성도가 높은 고령자를 상대적으로 낮은 값에 고용한다면 경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사설#반값 급여#70세 고용#고령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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