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수진]아, 가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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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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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차장
조수진 정치부 차장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온 걸까. 국어사전에서 ‘가을’을 찾아봤다.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셋째 철. 여름과 겨울의 사이이며, 달로는 9∼11월. 절기(節氣)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를 이른다.’

새삼 가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일컫는지가 궁금해진 것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때문이다. 7월 30일 국회에 보내진 체포동의요구서에 담긴 범죄 사실엔 가을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피의자는 2007년 가을 월일 불상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음식점에서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 임석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교부받고 2008년 3월 전남 목포에서 2000만 원을 수수했다. 2010년 6월에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저축은행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수수했다.’ 저축은행 두 곳에서 8000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 중 맨 처음 3000만 원을 받은 시점이 ‘2007년 가을’이란 것이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5년. 2007년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7년으로 늘어났지만, 법 개정 이전 사건은 공소시효 5년이 적용된다. ‘2007년 8월경’ 발생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라면 공소시효는 ‘2012년 7월 31일’ 완성된 것으로 본다. 2007년 8월 1일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대입해 보면 ‘2007년 가을’의 사건은 ‘2012년 8월 31일’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9월 1일부터를 가을로 치면 8월 31일까지가 가을 이전의 계절인 여름일 테니까.

공교롭게도 7월 한 달 동안 세 차례(19일, 23일, 27일)나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7월 30일)까지 마쳤는데도 박 원내대표에 대한 형사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소환(7월 3일)부터 구속(7월 10일)까지 1주일이 걸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나 소환(4월 25일)부터 구속(4월 30일)까지 닷새밖엔 걸리지 않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말부터 ‘박지원’이란 이름은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이란 별건의 수사를 통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인터넷방송 ‘라디오21’ 편성제작총괄본부장 겸 이사인 양경숙 씨가 박 원내대표를 언급하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30억 원을 수수했다는 게 사건의 요지. 새누리당 공천 뒷돈 사건을 부산지검 공안부에 내려보내면서 내세운 ‘사건 관할 원칙’을 적용할 경우 양 씨의 집이나 회사(서울 마포구) 관할지인 서울 서부지검이 나서면 될 법도 한데, 검찰총장 직속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나섰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스마트(SMART) 수사’를 강조해 왔다. SMART는 전문성(Specialization) 절제(Moderation) 정확성(Accuracy) 신속성(Rapidity) 과학성(Technology)의 영어 첫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스마트 폭탄처럼 목표물을 빠르게, 그리고 정밀하게 타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목표물이 쓰러질 때까지 몇 달씩 항로를 이리저리 바꿔 계속 쫓아간다면 스마트란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스마트 수사’를 하기엔 능력이 달려 보이는 검찰 수뇌부가 ‘대선 국면에서 야당을 계속 상처 냄으로써 여당을 돕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지…. 어느새 가을의 문턱이다.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
#가을#민주당#스마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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