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경숙 스캔들, 민주통합당 스스로 고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공천 뒷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가 올해 1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박지원 원내대표를 적극 지원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양 씨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박 원내대표는 4등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양 씨의 박 원내대표 지지는 4·11총선 공천이 확정될 무렵인 3월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동안 수천 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처음 모바일 투표가 도입돼 선거 양상이 달라지자 ‘누리꾼 전문가’로 알려진 양 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양 씨는 노사모 출신에다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의 실제 운영자이며, 친노무현계 단체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을 지내 야권 성향 누리꾼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양 씨가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박 원내대표를 지원했을지 의문이다.

양 씨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 씨 등 3명에게서 40여억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공천 청탁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 쪽에 건네진 것으로 의심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도 돈 수수 의혹을 부인한다. 이 씨가 받은 박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에는 공천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이 있으나 양 씨가 보낸 가짜로 밝혀졌다. 하지만 양 씨는 “(박 원내대표의 명의를) 사칭한 게 아니라 사전에 상의한 뒤 대신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검찰은 양 씨가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와 라디오21 전직 간부 등의 계좌로 수억 원을 송금한 뒤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돈 제공자 3명이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는 데다 양 씨의 역할 등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민주당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양 씨와 박 원내대표 간에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모바일 투표 지원을 주고받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모바일 투표단 모집에 돈이나 공천 청탁이 개입됐다면 모바일 투표의 취지를 왜곡하는 신종 선거부정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현영희 의원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새누리당공천헌금진상조사단까지 만들었다. 민주당은 남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신들이 연루된 ‘양경숙 스캔들’의 진실부터 고해(告解)해야 옳다.
#양경숙#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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