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쌤 장민경 선생님의 좌충우돌 교단이야기]<3>‘우리학교 ‘짱’이 눈물 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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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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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초등학교에도 ‘짱’으로 불리는 일진이 있다. 짱은 교사와도 기 싸움을 벌인다.

“선생님이 만만해?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화내고 있어?”

“제가 언제요?”

“뭐라고 했냐니까!”

“뭐가요?”

여름방학 영어캠프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들이 캠프 기간에 준비한 영어드라마 공연을 앞두고 시청각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목소리 걸걸한 우리 학교 ‘짱’과 젊은 여교사가 팽팽하게 맞붙은 상황이었다. 교사들도 아이들도 시청각실 밖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짱은 힘이 세고 겁이 없어서 전교생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6학년 남학생이었다. 여교사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신출내기였다.

한 교사가 지나가던 나를 붙들었다.

“선생님이 한번 들어가 봐요. 분위기가 너무 안 좋은데….”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 한 명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아이들이 공연 준비를 하는 와중에 ‘짱’은 공을 가지고 놀았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본 교사가 공을 빼앗았고, 화가 난 ‘짱’이 선생님을 향해 욕설을 해댔다는 것이다.

‘짱’은 우리 반 아이는 아니지만, 내가 지도를 맡고 있는 청소년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며 가까이 지내 온 터였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시청각실 안으로 들어가 해당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짱’을 데리고 나왔다.

‘짱’은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이를 악물었다. 아이와 무릎을 맞대고 앉아 물었다.

“무슨 일이야? 우리 ○○이가 화가 많이 났네?”

“그 선생님이 제 공을 뺏잖아요!”

“그래? 진짜 열 받았겠다. 그 선생님이 왜 공을 뺏으셨어?”

“제가 시청각실에서 가지고 놀았어요.”

“정말? 공 가지고 놀 수도 있잖아. 화가 날 만하네!”

“쉬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갑자기 애들 앞에서 공을 뺏겨서 많이 속상했겠네. 화가 많이 나서 선생님 욕도 한 거야?”

“네…. 근데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씩씩대던 ‘짱’은 마지막 대답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본인의 잘못을 안다. 특히 고학년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시비를 가릴 수 있다. 알지만 화가 날 뿐이다. 억울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화가 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모른다.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교사를 하면서 알게 된 점 하나는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 주고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공을 뺏겨서, 잘못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아이들이 보는 데서 창피를 당해서 화가 난 그 ‘짱’의 마음을 읽어 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갑작스러운 강요와 강제, 억압을 싫어한다. 이유를 설명하고 본인이 판단할 시간을 주면 잘못을 인정한다. 이해와 납득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화가 난 자신을 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본인도 화내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어느 날, ‘짱’이 우리 반을 찾아왔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짱’ 편에 서주겠다고, 함께 노력해 보자고 했다. ‘짱’은 여전히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지만, 지금도 가끔 나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다. “샘, 샘은 제 편이시죠?”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초등쌤 장민경 선생님의 좌충우돌 교단이야기]#교단 이야기#장민경#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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