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근태]문제는 자영업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근태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 담당 연구위원
이근태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 담당 연구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기간 중에는 기업 부실 확산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확산되면서 임금근로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경기 부진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순익은 2010년 기준 149만 원으로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들의 평균임금 282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고려하면 수익성은 더욱 낮다. 자영업체 네 곳 중 한 곳이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620만 명에서 2010년 560만 명으로 꾸준히 줄던 자영업자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 현재 580만 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부문에 생산자들이 몰리는 것은 수요가 늘어나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현재 국내 경기는 상당히 어렵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자영업자가 늘어난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을 이탈했던 인력들이 실직기간이 길어지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로서 은퇴 연령에 도달했지만 노후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던 고령층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취업을 미루다가 실업이 장기화된 청년층,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중장년층이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으면 좋지만 최근 창업하는 자영업자들은 도소매, 운수, 음식숙박 등 대부분 전통적인 서비스업종에 몰리고 있다. 이들 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제조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들어 도소매업 생산은 1%대 증가에 머물고 있으며 운수업과 음식숙박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하반기에도 국내 경기는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의 매출 부진, 수익 악화, 폐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8%에서 5월 1.2%로 크게 높다.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경우 담보자산의 상실로 생계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각종 금융 및 경영활동의 지원책, 상생을 위한 규제정책 등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자영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대기 인력들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잉경쟁 상황이 이어지고 어려움이 다시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영업자 대책의 기본 방향은 근로부문에서 고용을 흡수함으로써 노동인력들이 할 수 없이 자영업으로 떠밀려 가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시간제 근무 등을 확대해 평균 근로시간을 줄이고 전체 고용을 늘리는 노력들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 감독을 더욱 강화해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자영업 부실이 제2금융권의 수익 악화 및 담보자산인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 담당 연구위원
#시론#이근태#자영업#대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