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석민]‘공짜 전화 논쟁’을 보는 복잡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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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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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산업부 차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1999년을 기억한다. 인터넷 기업이기만 하면 주가가 오르던 시절 새롬기술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었다. 주가가 액면가의 640배인 주당 32만 원까지 치솟아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와 맞먹었다. ‘다이얼패드’라고 하는 무료 인터넷전화 기술이 주가 폭등을 이끌었다.

국내 정보통신업계가 무료 인터넷전화로 다시 시끄럽다. 무료 모바일 메신저로 국내에서만 3700만 가입자를 끌어들인 카카오톡에서 공짜 음성통화 서비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이동통신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겉으로 보이는 대립구도는 이렇다.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의 벤처기업 대(對) 전통적인 모델의 이동통신업계. 새로운 기술을 가진 창의적인 약자(弱者)와 비효율적인 거대 자본의 대결.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의 실적을 들여다보자. 이 회사는 2010년 34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손실은 40억5100만 원. 지난해 매출은 17억9900만 원으로 뛰었지만 손실도 152억5900만 원으로 늘었다. 2년간 2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보는 동안 매출은 18억 원이 채 안 됐다.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물론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정주 NXC 대표 등 다른 주주들도 손꼽히는 주식 거부(巨富)들이다. 올해 4월에는 1000억 원 가까운 투자가 들어갔다.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720억 원을,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200억 원을 투자했다. 수익은 못 내지만 당분간 실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어 보인다. 흔히 벤처기업하면 떠올리듯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밤을 지새우는 ‘헝그리 벤처’는 아닌 셈이다.

기술적인 면은 어떤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같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는 1999년의 다이얼패드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3세대(3G) 이동통신망에선 초당 13kb(킬로비트) 정도의 속도면 음성통화가 되지만 mVoIP는 초당 20kb의 속도가 필요하다. 획기적인 첨단 기술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배에 공짜로 타는 것도 모자라 바닥에 구멍을 뚫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음성통화 허용에 따른 손실이 수조 원대에 이를 것이며 앞으로 투자를 못 하면 국내 정보통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공짜 서비스 제공자 편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왔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작 문제는 카카오톡 자신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혁신적인 모델인 건 맞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 동창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러브스쿨, 일촌을 내세운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도 가입자 수와 비즈니스 모델만 놓고 보면 세계적인 혁신 사례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이름이 됐다. 더욱이 공짜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에게 단돈 1000원이라도 받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카카오톡이 다시 공짜 서비스를 들고 나온 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深謀遠慮)로 읽힌다. 수억 명의 가입자로 페이스북과 제대로 붙을 수 있는 기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내에서 이동통신업계와 벌이고 있는 무임승차 논쟁은 어느 정도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 언제까지 여론에 기댈 것인가.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뉴스룸#홍석민#보이스톡#페이스 타임#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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