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은혜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같이 지은(知恩) 보은(報恩)하는 기념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부처님오신날이 있다.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진리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부처님이 오셨다. 생명의 생성원리와 힘을 신(神)이라 부른다면 하늘의 원리는 천신(天神), 땅의 원리는 지신(地神), 사람의 원리는 정신(精神)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의 원리와 힘으로서 신성(神性)을 ‘진리’라고 한다. 세상은 진리가 충만한 곳이다. 하늘에는 천리(天理), 땅에는 지리(地理), 생물에는 생리(生理), 물질에는 물리(物理)가 있다. 생명에는 수리(數理), 인간에게는 윤리(倫理)가 있다. 그러므로 세상을 평화롭게 인도하는 성인들은 모두 신성(神性)의 몸으로서 신성(神聖)한 마음을 품고 이 세상에 와서 그렇게 살고 다시 돌아간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여래(如來), 진리에서 오고 진리로 가는 분이라고 부른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항상 이 세상에 다시 온다. 우리들이 이분들을 신성하게 받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돌아가신 조상도 그분들처럼 오고 간다고 믿고 정성스럽게 받든다.
불교는 인도에서, 기독교는 이스라엘에서, 이슬람교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일어나 그곳의 중생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세상에 두루 전해졌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세계가 다종교사회, 다문화사회가 되는 것은 진리에 부합하는 일이다. 자기 민족, 자기 종교의 우월성만 주장하고 집착하는 것은 진리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불교권 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진각종에 많이 찾아온다. 네팔 스리랑카 중국 방글라데시에서 온 유학생도 있고 취업자도 있다. 이들 국가에 가 보면 사람들이 다 소박하고 순진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물질적으로 살기 힘들어 한국을 찾아오는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불교에 ‘삼밀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신(身·불자) 구(口·진언) 의(意·심인) 삼밀을 항상 좋게 보고, 좋게 듣고, 좋게 생각하자는 의미다. 바른 몸가짐, 감사와 사랑의 말, 공경과 위로의 마음이 실천 방법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부족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불자들은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보살피고 도와주는 보살심이 있어야 한다.
한 봉사자에게 마음을 연 어린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큰 고민이 ‘피부색’이라고 했을 때 그 불자는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 학생의 피부색을 바꿔줄 수는 없어도 피부색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바꿀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땅으로 만들어져 있고 마음은 하늘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땅은 바꾸기 어렵지만 하늘은 움직일 수 있다. 마음은 천지인(天地人)의 원리와 힘을 모두 지니고 있다. 여기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나온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다는 말이다.
인류는 우주법계에 충만한 진리의 은혜 속에 살고 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마호메트도 모두 부모님의 은혜로써 이 세상에 오고 천지인의 은혜로써 중생을 인도하고 다시 은혜의 품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삶은 그 자체가 은혜의 산물이다. 은혜가 느껴지면 영원하고 은혜의 심정이 없으면 생기를 잃는다. 은혜를 깨달아 은혜의 생활을 하는 곳에 민족과 종교, 정파와 계층을 넘어 평화와 안락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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