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경선 범죄’ 검찰 수사 당연하다

  • 동아일보

검찰이 어제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강기갑 통진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정당활동의 기본권 침해”라며 압수수색을 거부했고, 부정경선 의혹의 중심에 있는 당권파도 “진보정당 파괴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당원들은 연좌농성을 벌이며 압수수색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통진당 측이 압수 대상 자료 일부를 폐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통진당 경선진상조사위원회는 인터넷주소(IP) 중복투표, 온라인 투표 도중의 프로그램 수정, 마감시간 이후 투표 등 온갖 부정 사례를 제시하며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권파는 진상조사위가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며 움쩍도 않는다. 부정경선에 연루된 비례대표의 사퇴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 중앙위에서는 폭력이 난무했다.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이 넘도록 혼란스러운 상황이 수습될 기미가 안 보인다.

시민단체가 통진당을 고발한 지 19일 만에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을 보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검찰이 야당 탄압 논란을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통진당이 검찰 수사를 계기로 내분을 멈추고 결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선 범죄’의 구체적 정황이 불거진 마당에 수사를 무한정 미룰 수도 없었을 것이다. 통진당이 자정(自淨)과 자체 수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불러들인 꼴이다.

당권파의 부정 경선 백태(百態)를 보면 과연 민주주의 절차를 존중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투표자들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같은 경우, 남녀 성별 코드가 틀린 경우도 드러나고 있다. 부정을 규명하려면 당원명부와 전산자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 만약 여당에서 이런 수준의 부정경선이 벌어졌다면 야당은 십자포화를 퍼부었을 것이다.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이 부정으로 얼룩진 것을 유권자들이 사전에 알았다면 통진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은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이 비례대표 선출 투표에서 광범위한 부정을 저지른 것은 당내 문제로 좁혀서 볼 일이 아니다. 통진당 당권파는 궁지에 몰리자 습관처럼 ‘보수 언론’을 탓하지만 이른바 ‘진보 언론’은 물론이고 그들이 원로로 떠받드는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조차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판이다. 검찰이 신속하게 통진당 부정경선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설#통합진보당 경선부정#검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