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여부를 놓고 어젯밤 늦게까지 격론을 벌였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11일 “경선 비례대표가 총사퇴하지 않으면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결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강기갑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곪은 데가 있다면 심장이라도 도려내겠다”고 호소하자 어제 중앙집행위에서는 비대위에 함께 참여해 당을 쇄신하는 데 힘을 보태자는 의견이 나왔다. 통진당의 최대주주나 다름없는 민주노총이 집단 탈당할 경우 당내에서 당권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한 속사정도 있는 듯하다.
통진당 당권파의 주요 인사들은 간첩사건에 연루돼 있고, 최근 발언을 통해서도 종북(從北)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이어 당 중앙위원회에서 유례없는 폭력사태를 저지르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진성당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지를 철회한다면 통진당은 조직과 자금줄을 잃고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당권파가 비대위의 쇄신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주저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엔 처음으로 10% 선이 무너졌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하고, 노조 가입이 어려운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난 게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순수 노동운동보다 이념지향적 정치운동에 주력하며 과격한 투쟁을 벌인 민주노총이 노조 이탈 현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민주노총에 몸담았던 노조들이 잇달아 탈퇴하고, 새로 설립된 복수노조 대부분이 민주노총 등의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립노조로 남아 있는 이유다.
노조도 특정 정치세력과 손잡고 정책연대를 통해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정치세력과 손을 잡느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간 민노당과 통진당의 기반을 만들어주면서 평택미군기지, 한미 자유무역협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등에 반대하는 반정부 및 반미 시위를 주도했다. 근로자 권익 보호나 노사 상생(相生)과 무관한 ‘투쟁을 위한 투쟁’으로 조합원들과 국민의 외면을 자초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정당에 끌려 다니며 종북활동의 종잣돈을 대줬다. 종북세력과의 절연은 민주노총이 살아남을 유일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