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최악 경선조작’ 통진당과 연대 계속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 실태는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민망한 수준이다. 공동대표나 비례대표 당선자 몇 명이 사퇴하는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면피성 갑론을박이나 벌이는 통진당에서 자성의 기미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경선부정 조사에 대해 “부풀리기식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범주체사상파(NL) 출신으로 당권파의 실세라고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2번 당선자는 사건 무마를 위해 유시민 공동대표에게 서로 당권과 계파지분을 보장하는 거래를 제의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선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내달 9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무를 총괄해야 한다.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 운영의 룰이 지금과는 현저하게 달라진 만큼 제1 야당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민주당이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과제는 통진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경선부정에서 보듯 통진당은 종북(從北) 노선은 차치하고라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정당이다. 국회 최루탄 투척을 비롯해 18대 국회에서 통진당 의원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사파 운동권’ 세력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야권연대 정신이 계속돼서 정권교체를 함께 이뤄야 한다”고 말해 4·11총선에 이어 12월 대통령선거에서도 통진당과 연대를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지역구에 따라 몇백, 몇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총선에서는 후보 단일화 연대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대선은 30%가량의 중도성향 유권자가 몰려 있는 중원(中原)에서 승부가 갈린다. 야권 연대가 통진당 지지표를 끌어들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중도 표가 달아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저질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용민 후보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통진당 경선부정은 이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정권 교체를 꿈꾼다면 통진당과 어깨동무를 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사설#민주당#통합진보당#경선비리#경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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