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벌써 측근 권력 투쟁? 박근혜 用人術 시험대에

  • 동아일보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어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비판적인 친박계 의원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은 친박계의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도 그런 것 같다”는 말로 관련 대상을 넓혔다. 지난주에는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박 위원장은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역시 친박계인 이혜훈 의원도 그제 박 위원장이 바르고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에 대해)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이 친박계에 견제구를 날린 것은 ‘경제민주화 찬반’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문제라면 박 위원장이 ‘열린 토론’을 해야 할 일이지, 측근을 멀리할 일은 아니다. 유승민 이혜훈 의원의 문제 제기는 현 시점에서 박 위원장의 귀를 잡고 있는 최측근이 박 위원장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대선 가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충정에서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 측근 간에 권력 투쟁의 냄새도 풍긴다. 두 의원이 자신들은 보좌를 잘하는데 다른 측근은 보좌를 잘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독선일 수 있다.

박 위원장 측근의 인적 갈등 양상을 보면서 벌써부터 ‘절대권력에 부수되는 충성 경쟁과 소(小)권력 암투’가 빚어지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난날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가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대세론에 안주하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한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 위원장부터 자신의 리더십과 용인술(用人術)에 대해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친박에 좌장은 없다’는 그의 용인술은 2인자를 용인(容認)하지 않는다. 한때 ‘좌장격’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이 친박을 떠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총선 공천에서도 서울은 권영세 사무총장, 대구 경북은 최경환 유승민, 부산 경남은 서병수, 인천 경기는 유정복 의원 등이 지역을 나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다. 특정 인물에게 힘이 쏠리지 않게 하고, 다수가 1인에게 충성하도록 유도하는 ‘박정희식 용인술’을 닮았다. 이로 인해 친박 중진들은 박 위원장의 귀를 붙잡으려고 무한 충성경쟁을 벌인다. 이런 현상이 낳을 재앙까지 박 위원장이 원려(遠慮)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설#박근혜#김종인#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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