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합진보당, 북한의 지침 따르는지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북한 조선노동당 소속 대남공작원이었던 김동식 씨가 어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 때부터 통합진보당의 궤적을 보면 일부가 북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의 3대 세습에는 꿀 먹은 벙어리이고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인권문제는 내부 사정이라며 침묵하는 통진당을 비판한 것이다. 김 씨는 부자세습, 주체사상, 정치체제, 북한인권, 북한지도자 등 5개 사항에 대한 비판은 못하도록 한 북한의 지령을 통진당이 따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진당은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북한을 나무라기는커녕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호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란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고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통진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심상정 통진당 공동대표는 당내 주사파 핵심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을 겨냥해 “일정하게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편향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참여당 출신 관계자도 “통진당의 대북 기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재 기조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통진당 상황은 2008년 ‘종북 청산’ 논쟁으로 당이 깨져 민노당과 진보당으로 갈라졌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다시 뭉쳤을 따름이다.

김 씨는 체제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선거를 통한 국회 진출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증언했다. 남한 내 친북세력을 키워 서서히 남한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속셈이다.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굵직굵직한 간첩단 사건을 보더라도 북한이 이른바 ‘진보정당’을 앞세워 종북세력의 힘을 키우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4·11총선에서 13명을 당선시킨 통진당은 당내 인사 6명이 과거 북한 조직에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색깔론’이라고 반박하며 해명하지 않았다. 색깔론은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무고한 사람을 북한과 엮는 것을 비판할 때 쓰던 용어다. 종북주의 행태가 분명한 정당이 ‘색깔론 구태’ 운운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종북세력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19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통진당은 북한과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통합진보당#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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