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보시라이 파문 진화’ 中 지도부 총력전 왜?

  • Array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구자룡 국제부
구자룡 국제부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 시 서기처럼 정치국원이 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은 게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후 처음은 아니다.

천량위(陳良宇) 상하이(上海) 시 서기(2007년)와 천시퉁(陳希同) 베이징(北京) 시 서기(1995년)도 보 전 서기처럼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횡령과 비위 등의 혐의로 각각 18년형과 16년형을 받고 낙마했다. 1989년 6월에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은 총서기였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공산당 지도부가 총력전을 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처리를 지시하고 전국의 당과 정부 간부의 규율 강화에 나서는가 하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난팡(南方)일보와 난팡도시보도 신화통신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 외에는 일절 침묵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쥔(解放軍)보는 두 편의 논평을 잇달아 실어 “군의 정치적 규율을 강화해야 하며 후 주석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은 군이 보 전 서기와 분명히 거리를 두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라고 해석했다. 일각의 내란설에 대해 군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일이 정치국원이 개입되고 더욱이 부인이 외국인 살인사건 피의자가 된 심각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중국 당국의 대응은 그런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이는 ‘9명 정치국 상무위원’을 권력의 정점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절대적 권위가 없어져 가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단결전선이 흐트러지면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시라이 사태는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교체가 안전하게 제도화되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공산당 일당 체제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산산이 부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이 일당지배를 지속할 수 있는 데는 경제성장이라는 성과 못지않게 지도부 엘리트 간에 ‘비밀주의와 단결’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보시라이 파문을 조기 진화하려는 모습에서 당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는 중국 지도부의 절박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