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촉발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지겹게 계속되고 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시행령이 올해 1월 시행됐지만 검찰에 접수된 진정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內査)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정면으로 대립했다. 이후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가 모욕 혐의로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과 서울 강남 ‘룸살롱 황제’의 검경 유착 의혹 사건으로 갈등이 격화됐다. 최근 경찰청이 자체 수사 중인 비리사건을 지방경찰청으로 넘기도록 검찰이 지휘한 것에 반발하자 검찰은 조현오 경찰청장까지 직무유기 교사 혐의로 형사입건을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의 독자적인 내사권과 수사 개시권은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최근 검경 갈등의 핵심 요인은 내사에 관한 양측의 의견 대립이다. 검찰은 자신들에게 접수된 진정이나 탄원이 수사의 일부이므로 경찰이 검찰 지휘를 따라야 한다지만 경찰은 내사할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사안을 진정 사건으로 분류해 경찰에 수사 지휘를 했다가 “진정 탄원 등의 내사는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검찰이 사건 사무규칙을 고쳐 진정 사건을 수사 사건으로 바꿔 경찰에 다시 보냈지만 경찰은 “본청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검찰에 돌려보냈다.
검경 대립은 국민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고 있지만 수십 년 동안의 관행이 바뀌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측면도 있다. 국무총리실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경찰을 일방적인 통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경찰도 형사소송법이 다시 개정돼 수사권 독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행 체계를 존중해야 한다.
검경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구경꾼처럼 팔짱만 끼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검경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됐다고 보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법치와 공권력의 핵심 축인 검경이 으르렁대니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나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기 때문에 레임덕이 없다”고 말했던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검경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