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도심을 상습 시위꾼 놀이터로 내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22일 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술판 시위’가 벌어졌다. 금속노조 조합원 180여 명이 밴드를 연주하고 꽹과리를 치면서 이른바 ‘문화제’라는 집회를 연 뒤 상당수가 남아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셨다. 이들은 경찰에게도 술을 권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공권력을 희롱의 대상으로 삼는 짓이다. 이들은 “MB 정권 박살내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문화제’로 집회 신고를 했지만 실제론 정치성 시위였다. 이들은 23, 24일에도 집회를 이어갔다. 상업지구에서 70dB(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내는 야간 집회는 불법인데도 경찰은 방치했다.

서울광장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일부 노동자 단체가 12일부터 광장 한편에 천막을 치고 곳곳에 각종 유인물을 내붙여놓고 시위 중이다. 이들은 광장 사용 신고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광장을 점거했다. 간혹 다른 시위대가 가세하면서 음주 고성 등 볼썽사나운 행태가 연출된다. 일부 대학생 단체도 이달 1일부터 ‘천막시위’를 벌였으나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는 잠시 멈추는 모양이다. 이들은 총선 하루 전인 4월 10일까지 광장 사용 신고를 해놓고 있다. 등록금 문제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같은 정치적 이슈도 내걸었다.

서울광장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는 천막시위에 속수무책이다. 대학생 단체는 광장 사용 신고를 했기에 나가라 할 수 없고, 노동자 단체는 천막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말을 듣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은 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이 아니라 시위대를 위한 광장으로 전락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불법 시위에 나서지 않는 한 개입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서울 도심은 상습 시위꾼들에 의해 툭하면 무법천지로 변한다. 어제도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의 상설 연대체인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주도의 ‘MB 퇴진 민중대회’가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광장에서 열렸다. 대회를 마친 뒤 수백 명이 명동 등으로 거리행진을 벌여 경찰과 충돌했다. 한국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서울 중심가를 언제까지 상습 시위꾼들에게 놀이터로 내줘야 하는지 답답하다.
#광화문#불법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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