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차동엽]“감사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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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
필자는 평소 대한민국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이끌게 할 수 있는 비책이 있다고 호언하고 다닌다. 지금은 장담을 넘어 광신도 수준이다. 그 비책이란 다름 아닌 생큐(Thank you)와 컹그래철레이션(Congratulation)이다. 필자는 확신한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전 국민의 일상어가 될 때 우리나라는 1등 국민, 3만 달러 소득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편의상 감사에만 초점을 맞춰보자.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그러한 말이 아직 일상어가 되지 못했다. 중학교 때 ‘Thank you’와 ‘I’m sorry’를 처음 배웠을 때 어려웠던 것은 영어 자체가 아니라 어느 경우에 말해야 할지였다. 그 이후 점점 우리나라 국민들 언어에서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표현들이 확산됐다. 영어 문화가 한국 문화를 바꿔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된 의식과 병행하여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시대를 넘어선 것은 그러한 말들로 인한 의식의 변화 덕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감사에는 무슨 힘이 있는 걸까. 20세기 인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 21인 가운데 15명, 노벨상 수상자의 27%, 미국 40대 부자의 절반을 배출한 민족. 바로 유대인이다. 유대인들은 진즉 감사의 비밀을 터득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최소한 100가지 이상 감사할 거리를 찾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탈무드는 아예 우리가 천둥소리를 들을 수 있고, 번개를 볼 수 있고, 갖가지 맛을 느낄 수 있고, 대자연의 모든 것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유대인들이 깨달았던 감사의 다이내믹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사는 강력한 위기탈출의 지혜

나름 감을 잡고 있었던 필자에게 명료한 인식을 가져다준 것은 2011년 안식년을 보내면서 번역한 ‘365 Thank You’라는 책 한 권이었다. 내용은 한 미국인 변호사의 실화다.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사업에서나 총체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변호사 존 크랠릭의 심리적 공황에서 출발한다. 절망과 방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여차여차해서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되기까지는, 너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얻지 못하리라”라는 어딘가로부터의 음성을 듣는다.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던 그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편지 쓰기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일단 실험적으로 시작한 이 감사편지는 즉각적이고 연쇄적인 성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삐걱거렸던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던 사업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치유, 화해, 회복 그리고 극적인 반전까지 가져온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인이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었기에 더욱 흡인력이 있었고, 그로 인해 필자는 번역하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단순한 감사의 손편지가 어떻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필자는 세 가지 효과를 그 원인으로 꼽고 싶다.

첫째, 감사는 긍정적인 생각을 전제로 요구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감사할 줄 안다. 긍정이 불평불만을 감사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긍정과 감사가 어우러지면 그 결과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둘째, 감사는 이치상 먼저 역지사지의 발상을 요구하기에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충분히 헤아리고 공감해 줄 때 진정한 감사가 가능하다. 그러니 감사하기를 연습하다 보면 소통을 지나 쾌통(快通)이 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화해와 치유가 동반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다.

셋째, 감사는 상대방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거니와, 감사는 ‘인정+칭찬+격려’인 셈이니 그 움직이는 힘이 얼마나 더 크겠는가.

이렇듯이 감사는 상황을 역전시키는 마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실패가 아니며, 절망이 절망이 아니다. 그에게는 그것들도 성공의 계기이며 희망의 실마리다. 감사는 가장 강력한 위기 탈출의 지혜다.

상황 역전시키는 마술적인 힘 지녀

지금 대한민국은 소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언어폭력,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무책임한 비판문화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악성 댓글을 타고 자유로이 활개 친다. 이런 것들은 심히 파괴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언어는 곧 문화이기에 언어폭력과 비판적인 언어가 만연될수록, 폭력적이고 거친 심성이 그 사회를 지배하게 마련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감사문화의 확산이 바로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한다고 믿고 있다. ‘거리’를 굳이 찾으려 하지 말고 먼저 무조건 감사의 말을 서로에게 해보자. 감사라는 말 자체가 감사할 ‘거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다. 감사는 상생이다. 지금 우리의 숙제인 상생의 윤활유다.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
#문화칼럼#차동엽#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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