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파이(π)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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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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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레리나의 내면에 숨겨진 악마성을 보여준 영화 ‘블랙 스완’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데뷔작은 수학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파이(π)’다. 1998년 아로노프스키는 이 영화로 그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1999년 플로리다비평가협회의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수학을 통해 주식시장 예측 등 세상만사를 알 수 있다고 믿는 수학자다. ‘파이’와 철자가 같은 파이(pie)를 먹고 이 영화를 보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날이 3월 14일 ‘파이(π)데이’다.

▷원에서 원주와 지름의 비인 원주율 파이(π)는 3.1415926…으로 소수점 아래 소수가 무한하게 나오는 무리수다. π데이가 정확하게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불분명하지만 원주율로 상징되는 수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자는 취지임은 분명하다. 상혼(商魂)으로 물든 국적 불명의 ‘화이트데이’보다는 훨씬 건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도 3월 14일이다. 생일이 π의 앞 세 숫자와 같은 것을 보더라도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의 운명을 타고난 모양이다.

▷민간 수학계에서 재미 삼아 기념하던 π데이가 올해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수학교육의 해 선포식’을 연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수학 관련 행사가 개최된다. 7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는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수학교육 관계자 4000여 명이 참석하는 수학교육의 올림픽이다. 수학성취도 국제비교에 나타난 한국 수학교육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외국 수학계와의 교류를 통해 국내 수학교육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수학문화연구소장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는 저서에서 “한국에는 전문 수학자는 있어도 수학에 기반을 둔 문화가 없다”며 대다수가 초중고교에서 12년간 수학을 공부하지만 하루 빨리 수학의 악몽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해 고교생을 대상으로 질적 면담을 한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수학을 실생활과 동떨어졌지만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수학도 암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다. π데이가 수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수학 대중화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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