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충칭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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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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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팔자 시간문제다. 한 달 전만 해도 보시라이 중국 충칭 시 서기는 태자당의 대표주자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예약한 듯했다. 그러나 2월 6일 왕리쥔 충칭 시 부시장이 보시라이를 비난하며 미국 망명을 기도하다 체포되면서 보시라이의 운명도 예측불가다.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충칭의 경제개혁을 골자로 한 ‘충칭 모델’을 설명했지만 예전처럼 당당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충칭 모델이란 보시라이가 자랑하는 ‘강한 (지방)정부와 강한 (국영)기업’ 정책이다. 잘 키운 국영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서민층에 주택과 의료 일자리를 아낌없이 제공했더니 충칭 시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15%, 중국 전체를 뛰어넘는 마법 같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는 예서 그치지 않고 성역 없는 사정으로 부패 관료와 기업주를 처단했다. ‘마오쩌둥의 깃발’을 쳐들고 충칭 시민을 대상으로 수구좌파적 정신무장에 힘썼다. 국내 일각에선 이 모델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뒤집는 새로운 컨센서스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통받을(?) 국내 경제의 대안처럼 소개되기도 했다.

▷보시라이가 통 큰 분배와 성장정책을 함께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소개됐다.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충칭의 30대 부자가 됐으나 조폭 관련 혐의로 전 재산을 빼앗기고 추방된 리준이라는 사람의 사연이다. 그는 2009년 군용지에 럭셔리 아파트를 짓는 샹그릴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느닷없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는 허위 범죄 사실을 고백했다며 “충칭 모델이란 법과 인권을 무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붙잡아 보시라이의 권력욕을 채우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인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는 중국 인민 평균소득의 수백 배가 넘는 새빨간 페라리를 모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패 척결에 앞장선 아버지와 달리 호화판 생활을 하는 ‘붉은 귀족’이다. 이런 이중성을 빤히 아는 여성들은 “자전거 위에서 웃느니 세단 뒤에서 우는 게 낫다”고 말한다. 평생 가난한 인민으로 사는 것보다는 ‘귀족의 숨은 여자’가 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정부가 너무 강하면 인권과 법치, 시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은행은 최근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여야만 경제위기를 면할 수 있다는 ‘중국 2030’ 보고서를 내놨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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