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의 옛집 읽기]<13>‘단순속의 복잡함’ 심수정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겉은 단순하면서도 속은 복잡한 사람이 있고, 겉은 복잡하면서도 속은 단순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편할까? 당연히 후자다. 사귐에 별 탈 없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는 어떨까? 아무래도 전자다. 조작은 단순하고 속은 내가 알 필요 없는 복잡함이 있는 기계가 편하다. 집은 어떨까? 양동마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인 심수정은 간단한 가운데 복잡함이 있는 집이다.

이 집은 이언적의 동생인 이언괄을 추모하기 위해 1560년에 지은 집이다. 이 집을 찬찬히 읽고 있으면 후손들을 위한 문중의 안배가 얼마나 치밀한 것인지에 놀라게 된다. 그 치밀한 안배를 이렇게 단순한 평면에 녹였다는 것도 놀랍다. 이 집의 평면은 단순하다. ㄱ자다. 북동쪽 획에 방이 한 칸 있는데 이름이 이양재다. 그리고 북서쪽 획에 방이 하나 더 있다. 거기에 맞춰 북동쪽 획에 마루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삼관헌이고, 북서쪽 획에 누마루가 있는데 이름이 함허루다. 이 간단한 집에 편액이 심수정, 이양재, 삼관헌, 함허루, 모두 네 개나 달렸다.

먼저 이 집이 어디를 향해 앉았나 보자. 이양재에서 문을 열면 삼관헌 마루를 통해 시선은 느티나무를 건너 양동천을 지나 무첨당 종가의 사당에 닿는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두 가지를 기르라(二養)’는 뜻에서 편액의 이름을 따왔다. ‘음식을 절제하여 몸을 기르고, 말을 삼가 덕을 기르라’는 의미다.

‘세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三觀)’는 뜻인 삼관헌은 ‘어진 사람은 그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 일처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굳센 사람은 그 뜻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데서 따왔다. 그 의미를 물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 삼관헌에서 무첨당 사당으로 난 문이 세 개요, 그 문을 열고 보이는 느티나무도 세 그루다.

그리고 함허루의 ‘함허(函虛)’는 허가 꽉 차있다는 뜻이 아니라 ‘꽉 차있어도 텅 빈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말로 증자가 안회의 겸손함을 추모하여 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심수정(心水亭)의 경우 ‘정(靜)이라는 한 자는 마음속의 물과 같다’는 이언괄의 말에서 따왔다. 이 간단한 집에 이렇게 많은 상징과 구조가 움직이고 있다. 진리는 간단할지 모르나 그것을 표현하는 상징은 복잡하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