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탈북자 북송해 ‘3대 멸족’을 도울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북한의 세습독재 체제를 필사적으로 벗어나 남한으로 오려던 탈북자 31명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중국 공안에 잇따라 체포돼 북송(北送)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발생한 첫 대규모 탈북자 체포 사례다. 체포된 탈북자 가족 중 일부는 남한에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중에는 부모를 잃고 남쪽의 형제를 찾아 나선 10대 소년도 포함돼 있다.

체제 유지가 다급한 북한은 국경에서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의 등에 대고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양강도 주민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3월 말까지로 정한 ‘김정일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한 사람들은 3대를 멸족(滅族)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지도부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배신자’들에게 보복하겠다고 다짐하는 상황에서 사지(死地)를 빠져나온 탈북자를 되돌려 보내는 것은 반(反)인륜 행위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난민(難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중국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은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고 돌려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동북3성 지역을 떠도는 탈북자를 인정하면 중국의 치안 유지가 어렵고 북한의 체제 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이 1982년 가입한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1조에서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한다. 협약 가입국은 ‘난민을 생명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곳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선 안 된다’는 의무를 진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송환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뻔히 아는 중국이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세계의 지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중국의 국가 비전과도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살기 위해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의 호소를 들어줘야 한다.

정부는 중국이 탈북자 처리 원칙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고 중국을 움직일 지렛대도 약하다고 미리부터 체념할 일이 아니다. 단 한 명의 탈북자도 사지에 끌려가는 것을 막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른바 ‘조용한 외교’로는 탈북자 북송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호소해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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